상비약 서랍을 열면 거의 다들 하나쯤 갖고 계실 거예요. 작고 납작한 은색 튜브. 벌레 물린 데, 가려운 데, 뭔가 올라온 데 — 이름은 몰라도 “그 연고”로 통하는 그것.
이 약이 특이한 건, 처방 없이 살 수 있는데 사용 기간에는 상한이 걸려 있다는 점이에요. 그런데 그 상한은 약을 건네받는 자리에서 말로 전해지기보다, 대개 튜브에 같이 들어 있는 접힌 종이에만 적혀 있죠. 오늘은 그 종이를 펴 볼게요. 🧴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스테로이드는 생각보다 좁아요
먼저 범위를 정확히 해 둘게요. 국내에서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국소 스테로이드로 확인되는 것은 히드로코르티손(및 히드로코르티손아세테이트), 덱사메타손프로피오네이트, 프레드니솔론발레로아세테이트 0.15% 계열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함량이에요. 같은 성분이라도 함량에 따라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이 갈립니다. 실제로 2021년 3월, 프레드니솔론발레로아세테이트 0.3% 제품 16개 품목이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됐어요. 그 뒤 0.15% 저함량만 일반의약품으로 남았습니다.
그러니 성분 이름만 보고 “약국에서 살 수 있는 그 약”이라고 판단하시면 안 돼요. 경계선이 최근에도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이 성분들은 전문 문헌의 등급 분류에서 어디쯤에 있을까요. 대한의사협회지 2018년 논문(이지현·박영민, 「국소 코르티코스테로이드의 올바른 사용법」)에 실린 등급표를 보면 이렇습니다.
| 등급 | 대표 성분 |
|---|---|
| Superpotent (가장 강함) | 클로베타솔 17-프로피오네이트 0.05% 등 |
| High potent | 베타메타손 디프로피오네이트 0.05%, 모메타손 푸로에이트 0.1% 연고 등 |
| Medium potency | 트리암시놀론 아세토니드 0.1% 크림, 베타메타손 발레레이트 0.1% 크림 등 |
| Mild potent | 알클로메타손 디프로피오네이트 0.05%, 데소나이드 0.05% 등 |
| Least potent (가장 약함) | 덱사메타손 0.1%, 히드로코르티손 0.5~2.5%, 히드로코르티손아세테이트 1~2.5%, 프레드니솔론, 프레드니솔론발레로아세테이트 |
이 표에서 히드로코르티손과 프레드니솔론발레로아세테이트는 실제로 가장 아래 칸에 있습니다. 상업 사이트의 표가 아니라 학술지 논문에 실린 표에서 그대로 확인한 것이에요. (다만 그 논문도 이 표를 2006년 미국 학술지에서 가져왔다고 각주에 밝히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새로 만든 분류가 아니에요.)
🛑 그런데 여기서 저희가 한 번 헛디뎠고, 그 자리를 그대로 적어 둘게요. 처음 이 글을 쓸 때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성분은 전부 가장 약한 칸”이라고 썼습니다. 표의 최약 칸에 Dexamethasone 0.1%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약국에서 파는 덱사톱크림의 성분은 덱사메타손이 아니라 덱사메타손프로피오네이트(Dexamethasone Propionate)입니다. 이름 앞부분이 같을 뿐 서로 다른 물질이고, 표의 최약 칸에 올라 있는 것은 앞의 것입니다. 스테로이드는 같은 뼈대에 어떤 에스터가 붙느냐에 따라 강도가 달라지므로, 성분명의 앞부분만 보고 등급을 옮겨 적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전부 최약 등급”이라는 문장은 철회합니다.
정확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예요. 히드로코르티손과 프레드니솔론발레로아세테이트는 이 표의 최약 칸에 있고, 덱사메타손프로피오네이트는 이 표에 실려 있지 않습니다. 이 성분이 몇 등급인지는 저희가 국내 1차 자료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남는 교훈이 오히려 더 실용적입니다 — “약국에서 살 수 있으니 약한 약”이라는 추론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분류를 가르는 것은 성분 이름의 인상이 아니라 에스터 형태·함량·제형이고, 그건 소비자가 튜브만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니에요. 그리고 “약한 등급”이라고 해서 “오래 발라도 된다”는 뜻도 아닙니다. 기간 제한은 등급과 별도로 걸려 있습니다.
설명서의 기간 문구는 성분마다 달라요
여기가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에요. 저희가 식약처 의약품안전나라의 허가사항을 성분별로 열어 봤는데, 문구의 형식 자체가 서로 다릅니다.
| 성분(일반의약품) | 허가사항의 기간 관련 문구 (원문 그대로) |
|---|---|
| 히드로코르티손 1% | “이 약의 치료기간은 7일 이내로 제한한다.” |
| 프레드니솔론발레로아세테이트 0.15% | “5~6일간 사용 시 증상이 개선되지 않거나 악화되는 경우에는 사용을 중지한다.” / “장기 사용하지 않는다.” |
| 덱사메타손프로피오네이트 | “증상이 개선되지 않거나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에는 사용을 중지한다.” / “증상이 개선되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사용을 중지한다” (며칠이라는 숫자는 없음) |
세 성분이 같은 문구 템플릿을 쓰지 않아요. 하나는 날짜 상한(7일)이고, 하나는 판단 시점(5~6일 써 보고 안 나으면 중지)이고, 하나는 숫자 없이 두 방향의 중지 원칙만 있습니다.
그래서 “약국 스테로이드는 7일까지”라고 외우는 건 정확하지 않아요. 정확한 문장은 이렇습니다 — 내가 산 그 제품의 첨부문서에 며칠이라고 적혀 있는지 봐야 한다.
그리고 아래 두 성분의 문구를 자세히 보시면 공통점이 보여요. 둘 다 **“나으면 그만”과 함께 “안 나으면 그만”**을 적어 두었습니다. 개선되지 않을 때 계속 바르는 것이 아니라 중단하라는 거예요. 실제 사용에서 가장 많이 어긋나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안 나으니까 더 바르게 되거든요.
얼굴은 허가사항에서 따로 취급돼요
얼굴 이야기도 첨부문서에 이미 들어 있습니다.
히드로코르티손 1%: “얼굴은 위축성 변화에 더욱 민감하므로 장기 투여하지 않는다.”
프레드니솔론발레로아세테이트 0.15%: “이 약을 얼굴에 사용할 때에는 광범위하게 사용하지 않는다.”
덱사메타손프로피오네이트: “기초화장이나 면도 후에 사용하지 않는다.” / “안검피부에 사용시 안압 상승, 녹내장을 일으킬 수 있다.”
문구가 제각각이지만 방향은 같아요. 얼굴은 넓게, 오래 바르는 부위가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 솔직하게 말씀드릴 게 있어요. 이 대목에서 흔히 인용되는 것이 “얼굴은 팔뚝의 몇 배로 흡수된다”는 배수예요. 저희도 그 숫자를 쓰려고 찾아봤는데, 국내 문헌끼리 기준점이 달랐습니다. 한쪽(대한의사협회지 2018)은 팔을 1로 놓고 두피 3.5배, 음낭 42배로 적고, 다른 쪽(대한피부과학회 자료)은 눈꺼풀·음낭이 이마의 4배, 손바닥·발바닥의 36배로 적어요. 기준이 팔뚝인지 이마인지가 다르니 두 숫자를 한 문장에 섞으면 안 됩니다.
그리고 이 수치들의 원 출처는 1967년에 나온 논문 한 편인데, 저희는 그 본문을 열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 글에서는 특정 배수를 쓰지 않았습니다. 부위마다 흡수가 다르다는 방향까지만 말할 수 있어요. 🔍
반전 — 스테로이드가 만드는 얼굴 병변
여기가 이 약의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에요. 대한의사협회지 2018년 논문의 문장을 그대로 옮길게요.
“스테로이드 유발 주사, 여드름, 입주위피부염 등의 발생이나 악화도 국소스테로이드의 잘 알려진 부작용이다. 초기에는 국소 스테로이드가 이런 염증 병변을 일시적으로 억제할 수 있지만, 치료를 중단하면 급성악화가 발생하기 때문에 환자들은 국소 스테로이드에 중독이 되기 쉽다.”
구조를 보세요. 바르면 가라앉고, 끊으면 더 심해집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이건 “이 약이 잘 듣는다”로 읽혀요. 그래서 더 오래, 더 센 것을 찾게 되고요. 같은 논문은 “주사나 입주위피부염 등의 치료에는 국소 스테로이드 사용여부를 먼저 물어보고 이를 금해야 한다”고 적습니다.
논문이 설명하는 스테로이드 여드름의 생김새도 특징적이에요. “같은 발생시기의 농포들이 갑자기 조밀하게 발생하는” 형태이고, “얼굴뿐 아니라 가슴과 등에도 잘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대목은 규제 문서에도 이미 반영돼 있어요. 프레드니솔론발레로아세테이트 제품의 금기사항 원문입니다.
“… 입주위피부염, 보통여드름, 주사 환자는 이 약을 사용하지 마십시오.”
읽는 법이 중요해요. 이건 “부작용으로 여드름이 생길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가 아니라, 이미 그 병변이 있으면 아예 쓰지 말라는 금지입니다. 즉 얼굴에 뭔가 올라왔을 때 상비 연고를 집어 드는 그 동작이, 허가사항이 가장 명확하게 막아 놓은 경우와 겹칠 수 있어요.
다만 정확히 해 둘 게 있습니다. 이 논문에 발생 빈도는 나오지 않아요. 몇 %에서 생기는지, 며칠 만에 생기는지에 대한 수치가 없습니다. 정성적 서술만 있어요. 그러니 “스테로이드 바르면 얼굴 뒤집어진다”를 확률처럼 말할 근거는 이 자료에 없습니다. 있는 것은 그런 현상이 알려져 있고, 이미 그 병이 있으면 금기라는 것까지예요.
그렇다고 무서워서 안 바르는 쪽도 답은 아니에요
반대편 자료도 놓아야 균형이 맞습니다. 국내에서 소아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부모를 대상으로 한 조사가 있어요(Annals of Dermatology 2015년 게재, 조사 시행은 2013년).
- 참여자는 126명(143명을 모집해 불완전 응답 17명 제외). 아버지 28명, 어머니 98명
- 그중 **85명(67.5%)**이 스테로이드 공포증으로 분류됨
- 정보를 얻은 출처: 인터넷 49.2%, 의사 등 의료전문가 37.3%
- 교육 전후 공포지수 점수가 67.2점 → 38.2점으로 낮아졌고, 논문은 이를 43.2%의 개선으로 계산함
- 부작용을 실제로 겪었는지와 공포증 사이에는 유의한 상관관계가 없었음(p=0.148)
🛑 여기서 저희가 처음 발행할 때 틀린 부분을 밝혀 둘게요. 처음에는 “교육 전 공포증 비율 67.2% → 교육 후 38.2%”라고 썼습니다. 틀렸습니다. 67.2와 38.2는 사람의 비율이 아니라 공포지수 점수예요. 사람의 비율은 67.5%(126명 중 85명) 쪽이고, 두 숫자가 우연히 비슷해서 더 헷갈리기 쉬운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표본수를 확인하지 못했다”고도 적었는데, 원 논문은 무료로 전문이 공개돼 있고 초록과 방법 첫머리에 126명이 적혀 있습니다. 2차 문헌만 보고 닫은 것이 잘못이었어요. 숫자를 직접 확인한다고 말하는 매체에서 나올 수 있는 실수가 아니라서, 지우지 않고 남깁니다.
마지막 항목이 가장 시사적이에요. 두려움이 실제 경험에서 온 것이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리고 교육 뒤 공포지수가 43.2% 낮아졌다는 것은, 이 두려움의 상당 부분이 정보의 문제라는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한 가지 더. “덜 바르면 치료에 실패한다”는 말도 자주 들리는데, 저희가 찾은 범위에서 그 인과를 정량으로 보여 주는 연구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순응도가 낮아진다는 서술까지가 확인된 것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쓰세요
정리하면 네 가지입니다.
- 첨부문서의 기간 문구를 확인하세요. 7일인지, 5~6일 판단인지, 숫자가 없는지는 성분마다 다릅니다.
- 정해진 기간을 채웠는데 안 나으면, 더 바르는 게 아니라 진료를 보세요. 허가사항이 “개선되지 않으면 중지”라고 적어 둔 이유입니다.
- 얼굴과 눈 주위는 제품별 주의사항을 반드시 확인하세요. 허가사항이 이 부위를 따로 적어 놓았습니다. (접히는 부위를 조심하라는 이야기도 널리 통용되지만, 저희가 확인한 국내 허가사항 문구에서 별도로 지정된 것은 얼굴과 눈 주위였습니다.)
- 여드름·주사·입주위피부염이 이미 있다면 임의로 바르지 마세요. 금기 목록에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이 글이 말하려는 건 “스테로이드는 위험하다”가 아니에요. 오히려 반대에 가깝습니다. 기간과 부위라는 조건이 붙어 있는 약이고, 그 조건이 종이에 이미 적혀 있다는 것이죠. 조건을 모르면 두 방향 모두로 틀립니다 — 겁이 나서 안 바르거나, 조건 없이 오래 바르거나. 💛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한 것
근거 기반을 표방하는 이상, 확인하지 못한 자리도 밝혀 둘게요.
- 부위별 흡수 배수의 원 논문(1967년) 본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국내 2차 문헌끼리 기준점이 달라 특정 배수를 쓰지 않았어요.
- 눈꺼풀 스테로이드와 안압 상승 비율을 쓰지 않았습니다. 자주 인용되는 수치가 눈에 넣는 점안액 연구여서, 피부에 바르는 연고에 그대로 옮길 수 없습니다.
- 국내 스테로이드 외용제 품목 수 통계를 쓰지 않았습니다. 확인된 출처가 2012년 자료였어요.
- 최근 5년 화장품 스테로이드 불법 혼입 적발 사례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저희가 찾은 가장 최근 공고는 2016년이에요. 없다는 뜻이 아니라 확인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 인용한 등급표는 두 개 등급 행에 동일한 약물 목록이 중복 기재된 상태입니다. 원문 그대로 옮겼고, 저희가 임의로 고치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 두 등급의 차이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 덱사메타손프로피오네이트가 몇 등급인지 국내 1차 자료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인용한 등급표에는 이 성분이 실려 있지 않습니다.
- 스테로이드 유발 주사·입주위피부염의 발생 빈도 수치는 국내 1차 자료에서 찾지 못했습니다.
발행 후 정정한 것 (2026-08-23)
외부 검토를 받아 세 곳을 고쳤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틀렸는지 남겨 둡니다.
- “약국 성분은 전부 최약 등급”을 철회했습니다. 등급표의
Dexamethasone 0.1%와 약국 제품의덱사메타손프로피오네이트를 같은 성분으로 본 것이 원인입니다. - “공포증 비율 67.2% → 38.2%”를 “공포지수 점수 67.2점 → 38.2점(43.2% 개선)”으로 정정했습니다. 척도 점수를 사람의 비율로 읽었습니다.
- “표본수를 확인하지 못했다”를 삭제하고 N=126을 넣었습니다. 원 논문이 무료 공개인데 2차 문헌만 보고 닫았습니다.
세 가지 모두 의학 내용이 아니라 원 논문의 표와 숫자를 읽는 방식에서 나온 오류였습니다.
참고한 자료
- 식약처 의약품안전나라(nedrug.mfds.go.kr) 및 약학정보원(health.kr) 허가사항 — 히드로코르티손 1%(하티손로션1%·하이로손로션), 덱사메타손프로피오네이트(덱사톱크림), 프레드니솔론발레로아세테이트 0.15%(리도솔론크림0.15%). 2026년 8월 확인
- 이지현·박영민, 「국소 코르티코스테로이드의 올바른 사용법」, 대한의사협회지 2018;61(10):632-636
- 대한피부과학회 일반인용 자료 「국소 스테로이드 연고」
- Lee JY, Her Y, Kim CW, Kim SS. “Topical Corticosteroid Phobia among Parents of Children with Atopic Eczema in Korea.” Annals of Dermatology 2015;27(5):499-506 (조사 시행 2013년, N=126) — 전문 무료 공개(PMC4622883)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정리이며 진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되면 피부과 진료를 받으세요.
이 글은 evidglow의 자체 조사·집계로 작성되었습니다. 출처: 약국에서 산 그 연고, 설명서에는 '7일 이내'라고 적혀 있어요 — evidglo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