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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여드름약, 가장 유명한 공포는 데이터가 받쳐주지 않아요
그런데 경고는 남아 있어요

여드름으로 오래 고생해 본 분이라면 어느 시점엔가 이 이름을 듣게 돼요. 이소트레티노인. 커뮤니티에서는 보통 “독한 약”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등장하죠. 그리고 거의 항상 같은 이야기가 따라붙어요 — 우울해진다더라, 위험하다더라.

그 말이 워낙 강해서, 정작 이 약을 이야기할 때 무엇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가 가려져요. 오늘은 순서를 좀 바꿔 볼게요. 가장 유명한 공포부터 데이터로 확인하고, 그다음에 실제로 규정이 가장 강하게 막아 놓은 지점이 어디인지 보겠습니다. 두 개가 같은 자리에 있지 않거든요. 💊

먼저, 가장 유명한 이야기부터

이소트레티노인과 우울·자살의 연관성은 수십 년째 논쟁 중인 주제예요. 그래서 개별 연구 하나씩 보면 결론이 엇갈려요. 이럴 때는 연구를 모아 놓은 쪽을 보는 게 낫습니다.

2023년 11월 온라인 공개되어 2024년 JAMA Dermatology 160권 1호에 실린 메타분석은 이 주제에서 가장 규모가 큰 축에 들어요. 25편의 연구를 검토해 그중 24편을 메타분석에 넣었고, 참가자가 1,625,891명이에요. 결과는 이렇습니다.

저자들의 결론 문장은 “이소트레티노인 사용자에게서 자살 또는 정신질환의 위험 증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치료 후 2~4년 시점에 자살시도 위험이 더 낮을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여기서 두 가지를 정확히 해 둘게요. 첫째, 이건 관찰연구를 모은 분석이에요. 그래서 ‘약이 우울증을 막아준다’는 인과관계로 옮겨 읽으면 안 돼요. 둘째, 그럼에도 결과의 방향은 분명해요 — 위험이 늘어난다는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경고 문구는 그대로 있어요

여기서 이상한 점이 생겨요. 데이터가 저렇다면 왜 국내 허가사항에는 여전히 우울증, 공격적 행동, 자살관념 같은 항목이 적혀 있을까요.

이게 규제 문서를 읽는 법과 관계가 있어요. 허가사항의 ‘사용상 주의사항’은 “이 약이 이걸 일으킨다”는 확정 판정이 아니에요. 보고된 사례가 있고 배제할 수 없으면 남겨 두는 항목이에요. 집단 전체에서 위험이 유의하게 늘지 않는 것과, 어떤 개인에게 기분 변화가 생기지 않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정확한 태도는 이쯤이에요. ‘이 약을 먹으면 우울해진다’는 통념은 대규모 데이터가 받쳐주지 않아요. 동시에 복용 중 기분 변화가 느껴진다면 그건 참고 넘길 일이 아니라 처방한 의사에게 말할 일이고요. 통계는 집단의 이야기이고, 진료는 한 사람의 이야기예요.

진짜 경고는 다른 자리에 있어요

공포가 우울 쪽을 향해 있는 동안, 규정이 훨씬 강하게 막아 놓은 지점은 따로 있어요. 태아 기형이에요.

식약처 허가사항의 문장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기형아 유발성이 매우 높으므로, 임부 또는 임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여성에게 금기이다. 이 약 치료도중 임신할 경우에는 투여용량이나 투여기간에 상관없이 기형아 유발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문장을 눈여겨봐 주세요. ‘용량이나 기간에 상관없이’라고 되어 있어요. 화장품 성분을 볼 때 우리가 늘 따지는 것 — 농도가 얼마인지, 얼마나 오래 썼는지 — 가 여기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조금 먹었으니 괜찮다는 예외가 문장 차원에서 닫혀 있어요.

그래서 식약처는 2018년 안전성 서한으로 절차를 따로 정리했어요.

시점조건
처방 전임신검사 음성 확인
치료 중매월 반복 임신검사
처방 단위1개월분을 넘겨 처방하지 않음
조제 시한처방 후 7일 이내
피임치료 1개월 전 ~ 종료 1개월 후까지 피임. 복용 중에는 가능하면 두 가지 이상의 효과적인 방법을 함께 쓰도록 권장

국내에도 식약처가 레티노이드계열 의약품(이소트레티노인·알리트레티노인·아시트레틴)에 대한 ‘임신예방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다만 미국 iPLEDGE처럼 환자·처방자·약국을 중앙 전산시스템에 등록해 요건을 못 채우면 조제 자체를 막는 방식은 아니에요. 안전관리 절차는 있고, 그 형태가 미국식 중앙 전산 통제와 다른 것입니다.

헌혈 규정이 이 약의 성격을 잘 보여줘요

제가 이 약을 설명할 때 가장 자주 드는 예가 헌혈이에요.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의 헌혈금지약물 기준에서, 여드름 치료제(이소트레티노인)의 헌혈금지기간은 4주예요. 근거는 보건복지부 고시(헌혈금지약물의 범위 지정)고요.

흥미로운 건 그 문서가 이유를 적어 둔 방식이에요.

“해당 약물을 복용한 헌혈자의 혈액을 통해 태아 기형이 발생된 사례는 전세계적으로 보고된 바 없고 그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헌혈 제한을 통해 태아기형 발생을 예방하고자 함”

사고가 나서 만든 규정이 아니라 사고가 나기 전에 막으려고 만든 규정이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어요. 규제가 늘 피해 사례를 세고 나서 움직이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문장이에요. 반대로 말하면, 이 약에 대해서는 그 정도로 미리 움직인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더 자주 나타나는 것은 건조 증상이에요

‘독한 약’이라는 인상과 달리, 실제로 자주 겪는 것은 대부분 마르는 증상이에요. 2022년 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에 실린 메타분석(30편, 참가자 3,274명)의 수치예요.

부작용빈도
피부 건조49.07%
구순염(입술 갈라짐)41.50%
중성지방 상승10.30%
콜레스테롤 상승7.37%
AST 상승4.36%
ALT 상승2.96%

절반 가까이가 피부와 입술이 마르고, 혈액검사 이상은 한 자릿수에서 10% 남짓이에요. 저자들은 이 부작용들이 대체로 가역적이고 심각하지 않다고 정리했어요.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 하나 있어요. 간수치 이상이 2.96%면 드문 편인데, 그렇다고 확인이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에요. 드물어도 생기는 사람이 있고, 검사는 그 사람을 찾기 위한 거니까요.

다만 반대 방향의 오해도 짚어 둘게요. 검사를 많이 할수록 늘 더 안전한 것도 아니에요. 2024년 미국피부과학회(AAD) 여드름 진료지침은 이소트레티노인 치료 중 간기능검사와 지질검사는 고려하도록 하면서도, 혈구검사(CBC)의 정기적인 모니터링은 필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즉 간기능과 지질은 치료 전후로 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검사의 종류와 빈도는 환자의 위험요인과 치료 경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이것도 처방하는 쪽이 정하는 영역이에요.

끝나면 다시 안 올라올까요

이 약을 시작하는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죠. 2025년 JAMA Dermatology에 실린 후향적 코호트 연구(19,907명, 평균 20.6세, 여성 52.8%)의 결과예요.

다섯 명 중 한 명 정도는 다시 올라온다는 이야기예요. 그리고 누적 용량과 재발의 관계는 연관이지 인과가 아니에요. ‘많이 먹을수록 좋다’로 옮겨 읽으면 부작용 쪽 저울을 통째로 빼먹게 돼요. 용량은 효과와 부작용을 함께 저울질하는 문제이고, 그건 처방하는 쪽의 판단 영역이에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되나요

여드름 성분 글을 쓰다 보면 늘 같은 자리에서 멈춰요. 화장품이 할 수 있는 일과 약이 하는 일 사이에 선이 있는데, 광고는 그 선을 지우고 커뮤니티는 그 선을 무서운 이야기로 덮어요. 이 약에 관해서는 선의 위치가 규정 문서에 아주 또렷하게 적혀 있어요. 무서워할 자리와 조심할 자리가 다르다는 것, 오늘은 그 이야기였어요. 🌿

자주 묻는 질문

이소트레티노인이 우울증이나 자살 위험을 높이나요?

가장 큰 규모의 최신 분석에서는 그렇게 나오지 않았어요. 2023년 JAMA Dermatology에 실린 메타분석은 24편의 연구, 참가자 1,625,891명을 모았는데 정신질환 전체의 상대위험이 1.08(95% 신뢰구간 0.99–1.19)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치료 후 2~4년 시점의 자살시도 위험은 더 낮게 나타났고요. 다만 이건 관찰연구를 모은 결과라 ‘약이 우울증을 막아준다’는 인과관계로 읽으면 안 되고, ‘위험이 늘어난다는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까지가 정확해요. 그리고 국내 허가사항에는 우울·공격적 행동·자살관념 항목이 여전히 적혀 있어요. 개인차가 있을 수 있으니 기분 변화가 느껴지면 처방한 의사와 상의하는 게 맞아요.

그럼 이소트레티노인은 안전한 약인가요?

아니에요. 공포가 향해 있던 방향이 데이터와 달랐을 뿐, 이 약에는 훨씬 분명하게 확인된 위험이 따로 있어요. 태아 기형이에요. 식약처 허가사항은 ‘임부 또는 임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여성에게 금기’라고 적고, 치료 중 임신할 경우 ‘투여용량이나 투여기간에 상관없이 기형아 유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명시하고 있어요. 조금만 먹었으니 괜찮다는 예외가 문장 자체로 차단돼 있는 거예요.

이소트레티노인은 처방 없이 살 수 있나요?

없어요. 국내에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있어 의사의 처방이 필요해요. 온라인 판매도 불법이에요. 약사법 제50조 제1항은 ‘약국개설자 및 의약품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어서, 인터넷 쇼핑몰이든 중고거래든 의약품 거래는 허용되지 않아요. 해외직구로 들어오는 제품도 마찬가지고, 이 경로에는 처방 전 임신검사나 정기 검사 같은 안전장치가 통째로 빠져 있어요.

임신 관련해서 실제로 어떤 절차를 지켜야 하나요?

식약처가 2018년에 낸 안전성 서한이 조건을 정리해 뒀어요. 처방 전 임신검사 음성 확인, 치료 중 매월 반복 임신검사, 의사는 한 번에 1개월분을 넘겨 처방하지 않기, 처방 후 7일 이내 조제, 그리고 치료 시작 1개월 전부터 종료 1개월 후까지 서로 보완되는 두 가지 피임법 사용이에요. 다만 국내에는 미국의 iPLEDGE처럼 의사와 환자를 전산으로 등록해 조제 자체를 막는 제도는 확인되지 않아요. 즉 절차는 권고와 처방 관행에 기대고 있는 셈이라, 환자 본인이 조건을 알고 있는 것이 더 중요해요.

이소트레티노인을 먹으면 헌혈을 못 하나요?

복용 중과 복용 후 일정 기간 동안은 못 해요.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의 헌혈금지약물 기준에서 여드름 치료제(이소트레티노인)의 헌혈금지기간은 4주예요. 흥미로운 건 그 문서가 이유를 적어 둔 방식이에요. ‘해당 약물을 복용한 헌혈자의 혈액을 통해 태아 기형이 발생된 사례는 전세계적으로 보고된 바 없고 그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헌혈 제한을 통해 태아기형 발생을 예방하고자 함’이라고 되어 있어요. 사고가 나서 만든 규정이 아니라, 사고가 나기 전에 막으려고 만든 규정이라는 뜻이에요.

부작용은 실제로 얼마나 흔한가요?

2022년 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에 실린 메타분석(30편, 참가자 3,274명)에서 가장 흔한 것은 피부와 점막이 마르는 증상이었어요. 피부건조 49.07%, 구순염(입술 갈라짐) 41.50%로 절반 가까이가 겪었어요. 반면 혈액검사 이상은 훨씬 드물었어요 — 중성지방 상승 10.30%, 콜레스테롤 상승 7.37%, AST 상승 4.36%, ALT 상승 2.96%였어요. 저자들은 이 부작용들이 대체로 가역적이고 심각하지 않다고 정리했어요. 다만 드물다는 것과 안 본다는 것은 달라서, 정기 혈액검사는 그래서 하는 거예요.

치료가 끝나면 여드름이 다시 안 올라오나요?

상당수는 다시 올라와요. 2025년 JAMA Dermatology에 실린 후향적 코호트 연구(19,907명, 평균 20.6세)에서 재발률은 22.5%였고, 다시 이소트레티노인을 쓴 경우는 8.2%였어요. 같은 연구에서 누적 복용량이 많을수록 재발률이 낮은 연관이 관찰됐고(위험비 0.996), 여성에서 재발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어요(위험비 1.43). 다만 이건 인과관계를 증명한 설계가 아니라 관찰된 연관이라, ‘많이 먹을수록 좋다’로 옮겨 읽으면 안 돼요. 용량은 부작용과 함께 저울질하는 문제이고 그건 처방하는 의사의 판단 영역이에요.

화장품으로 여드름을 해결하려다 이 약까지 오게 되는 이유가 뭔가요?

화장품과 의약품은 애초에 겨냥하는 단계가 달라요. 국내 허가사항에서 이소트레티노인의 효능효과는 ‘다른 치료법으로 잘 치료되지 않는 중증의 여드름(결절성, 낭포성, 응괴성)’이에요. 처음부터 모든 여드름을 위한 약이 아니라, 다른 방법이 실패한 중증에 쓰도록 범위가 정해져 있는 거예요. 그래서 가벼운 여드름에 화장품이나 일반의약품이 듣는 것과, 중증에 이 약이 필요한 것은 서로 모순되지 않아요. 문제는 그 사이에서 ‘여드름약 한 알이면 끝’이라는 요약이 도는 것이고, 그 요약이 빼먹는 게 바로 위의 조건들이에요.

출처 및 더 읽기

이 글은 특정 제품이나 치료를 권하거나 말리기 위한 글이 아니에요. 이소트레티노인은 전문의약품이라 복용 여부·용량·기간은 진료를 통해 정해져요. 여기 적은 수치는 집단을 관찰한 연구의 결과이고, 개인의 상태를 대신 판단해 주지는 않아요. 복용 중 이상이 느껴지면 처방한 의료진과 상의해 주세요.

이 글은 evidglow의 자체 조사·집계로 작성되었습니다. 출처: 먹는 여드름약, 가장 유명한 공포는 데이터가 받쳐주지 않아요 — 그런데 경고는 남아 있어요 — evidg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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