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표에는 살리실릭애씨드가 그대로 적혀 있는데, 제품 설명 어디에도 ‘각질’이라는 말이 안 보인다면 — 성분이 빠진 게 아니라 그 제품이 말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진 것일 수 있어요.
BHA는 거의 각질제거의 동의어처럼 쓰이는 이름입니다. 그런데 국내 화장품 제도 안에서 이 성분이 앉아 있는 자리는 그것과 좀 다릅니다. 🔍
이 글은 살리실산이 일반화장품에서는 어떤 칸에 들어가 있고, 여드름 기능성화장품으로 가면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대한화장품협회 성분사전, 화장품 전문지 두 곳의 보도, 그리고 임상연구 두 건으로 확인한 기록이에요.
같은 성분인데 서랍이 둘입니다. 기능성화장품이 아닌 일반화장품에서 살리실산은 보존 목적으로만 쓸 수 있고, 각질·피지조절 같은 표시·광고는 원칙적으로 불가합니다. 반면 여드름 기능성화장품 쪽은 인체세정용 제품류 0.5%로 따로 열려 있어요.
그래서 라벨에서 ‘각질’이 사라진 건 성분이 빠졌다는 뜻이 아니라, 일반화장품이라는 칸에서는 그 성분을 근거로 그 말을 할 수 없게 된 것일 수 있습니다. 계도기간은 광고 2025년 1월까지, 표시 2025년 7월 말까지였어요.
☐ 일반화장품 속 살리실산 → 보도상 보존제 용도로 규정. 각질제거·피지조절 표시·광고 불가
☐ 여드름 완화를 표방하려면 → 기능성화장품 경로. 제품유형은 인체세정용 제품류로 한정
☐ 샴푸 → 인체세정용 제품류에 포함되지 않음
☐ 농도 한도 → 보존제 0.5% / 인체세정용 2%·씻어내는 두발용 3%는 기능성화장품 유효성분일 때의 기타배합한도(일반화장품 각질제거용 허용이 아님)
☐ 여드름 기능성 경로 → 인체세정용제품류(비누조성의 제제), 살리실릭애씨드 0.5%, 「물로 바로 씻어낸다」 용법까지 고시가 제한
☐ 영유아·만 13세 이하 표시 제품 → 사용 금지(샴푸 제외)
☐ 씻어내지 않는 제품 → ‘만 3세 이하 영유아에게는 사용하지 말 것’ 표시 의무
☐ 계도기간 → 광고 2025년 1월까지 / 표시 2025년 7월 말까지
☐ 임상 근거 → 확인한 두 건 모두 대조군 없는 소규모·관찰연구
바쁘면 여기까지만 봐도 충분해요. 아래는 출처를 하나씩 붙여 확인한 내용이에요. 👇
1. 일반화장품에서 살리실산이 앉아 있는 칸
먼저 숫자부터 봅니다. 대한화장품협회 성분사전은 살리실릭애씨드와 그 염류에 대해 세 개의 수치를 적어두고 있어요.
대한화장품협회(KCIA) 성분사전 —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 재인용
kcia.or.kr/cid/search/ingd_view.php?no=812
· 보존제로서 0.5% 이하
· 사용 후 씻어내는 인체세정용 제품류에 2%
· 씻어내는 두발용 제품류에 3%
이 세 숫자가 각각 어느 칸의 한도인지가 이 성분에서 가장 많이 오해되는 지점이에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보존제로 쓸 때 — 살리실릭애씨드로서 0.5%
- 보존제 «외» 기타 배합목적 — 기능성화장품의 유효성분으로 사용하는 경우에 한해 인체세정용 제품류 2%, 사용 후 씻어내는 두발용 제품류 3%. 기타 제품에는 사용할 수 없음
🛑 그러니 2%·3%를 「일반화장품에서 각질제거용으로 이만큼 써도 된다」로 읽으면 안 됩니다. 그 한도는 기능성화장품 유효성분일 때의 기타배합한도예요. 「0.5%는 보존제니까 2%짜리는 각질제거용이겠구나」는 정확히 반대로 읽은 것입니다.
2. ‘각질제거’라는 말이 막힌 자리
규제의 골격은 이렇습니다. 기능성화장품이 아닌 일반화장품에서 살리실산은 보존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고, 각질·피지조절 같은 표시·광고는 원칙적으로 불가합니다. 다만 **살리실산을 «함유한 추출물»**의 기능을 말하는 것은 별개로 다뤄집니다 — 어떤 원료로 어떻게 적느냐에 따라 갈려요.
대한화장품협회 공식 안내 — 「화장품 살리실산 원료의 각질제거 등 광고 표현 가이드 및 시정계도 기간 안내」(대화협 제7-245호, 2024.7.29.)
식약처 화장품정책과의 업무협조 요청에 따라 업계에 전달된 문서로, 일반화장품에서 살리실산은 보존 목적으로만 사용 가능하고 각질·피지조절 등의 표시·광고는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는 내용입니다. 살리실산 함유 추출물의 기능을 말하는 예외도 같은 문서에 있어요.
계도기간은 광고 2025년 1월까지, 표시 2025년 7월 말까지였습니다.
화장품 전문지 CNC News·COSIN Korea 보도도 같은 내용을 전했습니다. 이 글은 협회 공식 안내를 1차 근거로 두고, 두 전문지는 보조 출처로 둡니다.
한 가지는 짚고 갈게요. 이 규제는 「살리실산이 각질에 아무 작용도 안 한다」는 판정이 아닙니다. 규제의 내용은 어디까지나 어떤 카테고리의 제품이 어떤 문구를 쓸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에요. 성분의 생리학이 아니라 라벨의 문법 쪽입니다.
실제로 대한화장품협회 성분사전은 살리실릭애씨드의 배합목적에 ‘각질제거제’를 적어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화장품에서는 그 성분을 근거로 각질관리 광고를 할 수 없어요. 모순처럼 보이지만 아닙니다. 성분사전이 적는 「배합목적」과, 특정 완제품이 한국에서 표시·광고할 수 있는 「법적 효능 표현」은 같은 칸이 아니거든요. 여기가 독자들이 가장 많이 헷갈리는 자리예요.
3. 그래서 ‘여드름 완화’를 말하려면 — 기능성이라는 다른 문
일반화장품에서 막힌 말을 하려면 기능성화장품 쪽 문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그 문은 좁아요.
「기능성화장품 심사에 관한 규정」(식약처 고시 제2025-88호) 별표4 — 자료제출이 생략되는 기능성화장품의 종류
6. 여드름성 피부를 완화하는데 도움을 주는 제품의 성분 및 함량
조문 원문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 유형 — 인체세정용제품류(비누조성의 제제)로 한정
· 제형 — 로션제, 액제, 크림제, 고형제에 한함(부직포 등에 침적된 상태는 제외)
· 성분·함량 — 살리실릭애씨드 0.5 %
· 효능·효과 — “여드름성 피부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로 제한
· 용법·용량 — “본품 적당량을 취해 피부에 사용한 후 물로 바로 깨끗이 씻어낸다”로 제한
법제처 국가법령정보 공동활용 오픈API로 받은 고시 전문(88,564자)에서 별표4 원문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효능·효과 문구와 용법·용량 문구까지 고시가 «제한»한다는 점이 중요해요 — 표현을 회사가 고를 수 없습니다. 샴푸가 이 경로를 못 쓰는 것도 샴푸가 법적 「인체세정용 제품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경로는 이런 모양이에요.
· 세안제·클렌저 계열 → 기능성 경로가 열려 있는 유형 · 토너·에센스·크림처럼 씻어내지 않는 제품 → 이 경로의 제품유형 한정 밖 · 샴푸 → 인체세정용 제품류가 아님
여기서 샴푸가 두 번 등장하는 게 재미있습니다. 성분사전에서는 어린이 제품 금지의 예외로 샴푸가 빠져나오고, 기능성 경로에서는 인체세정용 제품류에 포함되지 않는 쪽으로 빠집니다. 같은 제품이 규정마다 다른 방향으로 갈라지는 거예요. 그러니 「샴푸는 규제가 느슨하다」처럼 한 문장으로 묶어 기억하면 틀립니다. 어느 규정의 이야기인지를 함께 붙들어야 해요.
4. 아이 쓰는 제품에서는 다르게 취급된다
대한화장품협회(KCIA) 성분사전 — kcia.or.kr
· 영유아용 제품류 또는 만 13세 이하 어린이가 사용할 수 있음을 특정하여 표시하는 제품에는 사용 금지(샴푸 제외)
· 씻어내지 않는 제품에는 ‘만 3세 이하 영유아에게는 사용하지 말 것’을 표시
이 제한이 왜 설정됐는지 — 어떤 독성이나 흡수 데이터를 근거로 했는지 — 는 이 출처에 나오지 않습니다. 은결도 모릅니다. 확인된 건 제한이 있다는 사실과 그 문구까지예요.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 쓸 수 있는 정보는 분명합니다. 어린이용으로 표시된 제품에서 이 성분을 보게 될 일은 (샴푸를 빼면) 없어야 하고, 씻어내지 않는 제품의 주의사항에 만 3세 이하 문구가 있다면 그건 회사가 유별나게 조심하는 게 아니라 규정대로 적은 것이라는 점이요.
5. 이번에 확인한 두 임상은 무엇을 보여주나
먼저 범위를 밝혀둘게요. 이 절은 살리실산의 여드름 임상 문헌 «전체»를 체계적으로 검토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 이야기한 규제 구분과 연결해 읽기 좋은 두 연구만 열어본 것이고, 이 글의 주인공은 효능 문헌 리뷰가 아니라 「같은 살리실산인데 한국 화장품법 안에서 용도와 말할 수 있는 표현이 어떻게 갈리는가」입니다.
참고로 대조군을 둔 연구가 이 둘뿐인 것도 아니에요. 0.5%·2% 살리실산 패드 연구 4건(그중 3건은 위약 대조)을 묶은 리뷰(PMID 1535287, 1992), 49명 대상 전향적 단일맹검 무작위 비교시험(PMID 22035285, 2012), 37명 무작위 이중맹검 연구(PMID 19338786, 2009)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초록까지만 확인했고 수치는 옮기지 않아요. 「대조군 있는 연구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이 글에서 자세히 연 것이 두 편이라는 뜻입니다.
규제 이야기와 효능 이야기는 서로 다른 트랙입니다. 카테고리가 나뉘었다고 성분의 데이터가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확인할 수 있는 연구 두 건을 봅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방향은 긍정적인데 설계는 약한 쪽이에요.
Zheng Y et al., Skin Research and Technology (2013) — PubMed 23331850
19~32세 20명의 안면 여드름 환자에게 1.5% 살리실산 크림을 4주간 하루 2회 도포한 open, baseline-controlled 연구.
결과 — 95%가 개선. 내역은 완전관해 20%, 유의개선 30%, 중등도개선 15%, 경미개선 30%, 무반응 5%.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음.
Bettoli V et al., Giornale Italiano di Dermatologia e Venereologia (2020) — PubMed 33070577
경도 면포·구진성 여드름 환자를 대상으로 살리실산 기반 제품 3종을 병용한 다기관 전향적 관찰연구. 8주간 병변이 유의하게 개선됐고 내약성·순응도가 양호했다.
숫자가 크죠. 그런데 뜯어보면 셋을 같이 봐야 합니다.
첫째, 대조군이 없습니다. 위약도, 비교 성분도 없는 open 설계예요. 4주 동안 바르고 나아진 부분 중에 어디까지가 성분의 몫인지 이 연구는 분리해주지 않습니다.
둘째, 20명입니다. 게다가 95% 안에서 완전관해는 20%이고 경미개선이 30%예요. ‘개선’이라는 한 단어 안에 폭이 큽니다.
셋째, 2020년 연구는 무작위 대조군이 없는 관찰연구이고 특정 3개 제품 조합에 대한 결과입니다. 단일 성분·단일 농도의 인과 효과를 떼어내 말해주지 않아요.
그래서 은결이 이 둘로 말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해볼 만한 방향이라는 신호는 있다」. 「몇 %가 낫는다」도, 「다른 성분보다 낫다」도 이 두 논문에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1.5%라는 농도, 4주라는 기간, 안면 여드름이라는 조건 — 다른 농도·제형·피부 유형으로 이 결과를 옮길 근거도 여기 없어요.
6. 라벨 앞에서 쓸 수 있는 정리
성분표에 살리실릭애씨드가 있다. → 들어 있다는 사실만 확정됩니다. 어떤 용도로, 얼마나 들어갔는지는 라벨에서 읽히지 않아요.
설명에 ‘각질’이 없다. → 보도된 표시·광고 규정을 따른 결과일 수 있습니다. 성분이 빠졌거나 함량이 줄었다는 뜻으로 읽으면 어긋나요.
여드름 완화를 표방한다. → 기능성화장품 경로이고, 그 경로의 제품유형은 인체세정용 제품류로 한정된 것으로 확인됩니다.
어린이용 표시 제품에 들어 있다. → 샴푸가 아니라면 성분사전이 적어둔 금지 범위와 어긋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이 글에서 확인한 건 표시와 분류의 규칙이고, 그 규칙은 성분의 좋고 나쁨에 대한 판정이 아닙니다. 같은 물질이 어떤 칸에서는 보존제로, 다른 칸에서는 여드름 완화 성분으로 불립니다. 라벨에 적힌 말이 달라지는 건 대개 성분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칸이 달라서예요. 그 차이를 알고 보면, 사라진 단어 하나에 놀랄 일이 줄어듭니다. 🌿
이 글은 evidglow의 자체 조사·집계로 작성되었습니다. 출처: 살리실산(BHA), 일반화장품에서는 왜 ‘각질제거’ 광고를 못 할까 — 보존제와 여드름 기능성의 갈림길 — evidglo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