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표에서 판테놀을 본 적 있으실 거예요. 판테놀, 디판테놀, 덱스판테놀 — 이름은 여러 가지지만 보습·진정·장벽 코너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나옵니다.
먼저 이름부터 하나 바로잡을게요. 판테놀은 비타민 B5 «그 자체»가 아니라 프로비타민 B5입니다. 비타민 B5는 판토텐산(pantothenic acid)이고, 판테놀은 그 알코올 유도체예요. 덱스판테놀은 피부에서 판토텐산으로 전환됩니다. 흔히 「판테놀=비타민B5」로 줄여 쓰지만, 정확히는 한 단계 앞의 물질이에요.
그래서 이 성분에는 설명이 늘 따라붙어요. 장벽을 재생시킨다, 손상된 피부를 되돌린다.
이 글은 그 말이 맞는지 틀렸는지를 판정하려는 글이 아닙니다. 그 말의 근거가 되는 임상이 정확히 무엇을 재고 무엇을 안 쟀는지를 논문 원문에서 확인한 기록이에요.
그리고 원문을 열자마자 걸린 게 하나 있습니다. 요즘 제품 임상은 판테놀 혼자를 시험하지 않습니다. 🔍
미리 결론을 갈라 둘게요. 이 글이 하려는 말은 「판테놀에 근거가 없다」가 아닙니다. 판테놀 자체를 같은 vehicle과 비교한 인체시험은 따로 있고, 뒤에서 그 세 편을 열어볼 거예요. 문제는 제품 광고에 붙는 큰 숫자가 판테놀 하나의 것이 아니라 완성 제형의 것이라는 데 있습니다.
이번에 원문을 연 임상 3건에서 판테놀이 든 제형은 대조군보다 좋은 결과를 냈어요. TEWL(경피수분손실)이 낮아지고 수분함량이 올라가고 홍반이 덜했습니다. 숫자는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했고요.
다만 세 건 모두 판테놀 외 여러 성분이나 치료가 함께 개입된 제형·병용 연구였습니다. 센텔라추출물·비사볼올이 같이 들어갔거나, 나이아신아마이드·디포타슘글리시리제이트가 같이 들어갔거나, 여러 성분이 든 리페어밤을 처방 의약품과 «병용»한 설계였어요.
그래서 이 세 건이 증명한 문장은 “판테놀이 장벽을 재생시킨다”가 아니라 “판테놀이 들어간 이 제형이 이 조건의 피부에서 이만큼 좋았다”입니다. 두 문장은 비슷해 보이지만, 앞 문장은 성분 하나에 공을 다 돌리고 뒷 문장은 그러지 않아요.
☐ 제품 임상 3건 → 모두 판테놀 외 여러 성분·치료가 함께 개입. 그 숫자를 판테놀 몫으로 옮길 수 없음
☐ 성분 자체 근거는 따로 있음 → 동일 vehicle과 비교한 인체시험 3편(2000·2004·2011)
☐ 레이저 시술 후(60명) → D14 TEWL 11.49 vs 16.11 g/h·m²(p<0.01)
☐ 건성증 성인(35명·28일) → TEWL 9.2 → 7.9(−14.1%), 수분 21.3 → 35.2 c.u.(+74.1%)
☐ 5% 판테놀 밤 → 광선각화증 «치료»가 아니라 5-FU 자극 완화 보조(LSR 7.1 vs 10.8)
☐ 대상 피부 → 시술 직후 / 건성증 진단 / 약물치료 중. 건강한 일반 피부 데이터 아님
☐ 법의 자리 → 금지되는 건 「목록 밖 단어」가 아니라 의약품·기능성 «오인»과 «실증» 없는 효능 표현(화장품법 제13·14조)
☐ 내가 할 일 → 제품 설명의 근거가 어느 제형·어느 피부의 결과인지 한 칸 내려 읽기
바쁘면 여기까지만 봐도 충분해요. 아래는 논문 원문과 법조문으로 하나씩 확인한 내용입니다. 👇
1. 레이저 시술 후 — 숫자는 좋았고, 그 숫자를 만든 건 셋이었다
가장 최근에 나온 자료부터 봅니다. 얼굴 레이저 시술을 받은 사람들에게 판테놀이 든 마스크를 쓰게 한 시험이에요.
· 설계 — 60명 이중맹검 무작위대조시험(마스크군 30명 / 대조군 30명)
· 제품 — La Roche-Posay B5 Pro 마스크, 판테놀 + 센텔라추출물 + 비사볼올 복합제형
· 14일째 결과(마스크군 vs 대조군)
— 경피수분손실(TEWL) 11.49±5.46 vs 16.11±5.57 g/h·m² (p<0.01)
— 홍반지수 11.02±1.93 vs 13.27±2.97 (p<0.01)
— 각질층 수분함량 51.55±8.81 vs 44.76±9.62% (p<0.01)
TEWL은 이름 그대로 피부 밖으로 빠져나가는 수분의 양이에요. 장벽이 성할수록 이 값이 낮습니다. 마스크군은 이 값이 낮았고, 동시에 붉은기 지표는 내려가고 수분은 올라갔어요. 세 지표가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는 점에서 깔끔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이 마스크에 들어간 건 판테놀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센텔라추출물과 비사볼올이 같이 들어 있어요. 그리고 이 시험은 ‘판테놀 든 마스크’와 ‘대조군’을 비교했지, ‘판테놀만 든 마스크’와 ‘센텔라만 든 마스크’를 비교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더 중요한 제한이 하나 있어요. 논문 저자들 스스로 마스크의 물리적 폐쇄(occlusion) 효과가 수분·TEWL 개선에 기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적었습니다. 대조군은 식염수 드레싱이었지 「같은 마스크 베이스에서 활성성분만 뺀 것」이 아니었거든요. 그러니 이 연구가 보여준 것은 정확히 판테놀·센텔라·비사볼올 + 마스크라는 물리적 제형 전체의 효과입니다.
그래서 이 연구에서 판테놀 하나가 얼마를 기여했는지는 계산되지 않아요. 설계상 나눌 수가 없습니다.
2. 건성증 성인 35명 — 이번에도 셋이 함께 들어갔다
두 번째는 시술 상황이 아니라 건조한 피부 자체를 대상으로 한 시험입니다.
· 설계 — 건성증(xerosis) 성인 35명, 28일, 무작위 split-leg(한 사람의 양쪽 다리를 나눠 비교)
· 제품 — 판테놀 + 나이아신아마이드 + 디포타슘글리시리제이트 함유 제형
· 28일째 결과(도포 부위)
— TEWL 기저치 9.2 → 7.9 g/h/m², 본문 표기 14.1% 감소 (p<0.001)
— 수분함량(코르네오미터) 21.3 → 35.2 c.u., 74.1% 증가 (p<0.001)
각 성분이 몇 %씩 들어갔는지는 원문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split-leg 설계는 같은 사람의 양쪽 다리를 쓰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른 조건(나이, 생활, 계절)이 자동으로 맞춰지는 장점이 있어요. 숫자도 컸습니다. **수분함량 +74.1%**는 눈에 띄는 폭이고요.
그런데 여기서 두 가지를 같이 봐야 합니다.
첫째, 여기도 복합제형입니다. 나이아신아마이드는 그 자체로 보습·장벽 축에서 자주 언급되는 성분이에요. 이 제형의 성과를 판테놀 계정으로 전부 옮겨 적을 수는 없습니다.
🛑 숫자 표기에 관한 주석 하나. 이 논문은 본문에서 수분 21.3→35.2를 74.1% 증가, TEWL 9.2→7.9를 14.1% 감소로 적습니다. 그런데 같은 7.9를 초록에서는 13.5% 감소로 적은 판본이 있어 논문 안에서 표기가 어긋납니다. 그래서 이 글은 직접 계산해 고쳐 쓰지 않고 「본문이 보고한 값」으로 귀속해 옮깁니다.
둘째, 대상이 건성증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에요. 출발점 TEWL 9.2, 수분값 21.3은 이미 건조한 피부의 숫자입니다. 바닥이 낮으면 올라갈 폭도 큽니다. 이 74.1%를 건강한 피부에 그대로 옮기는 건 근거를 한 칸 넘겨 쓰는 일이에요.
3. 가장 오해받기 쉬운 연구 — 5% 판테놀 밤과 5-FU
세 번째 연구는 판테놀의 ‘효과’를 말할 때 가장 자주 인용될 만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정확히 그래서 조심해야 합니다.
· 설계 — 58명 무작위배정, 50명 완료. 단일맹검 병행군 RCT
· 비교 — 5% 판테놀이 든 리페어밤(BB5+) + 5-FU 국소치료 vs 표준치료 단독. 🛑 이 밤은 2~3성분이 아니라 프리바이오틱 복합물·시어버터·온천수 등 여러 성분이 함께 든 제형입니다
· 결과
— 국소피부반응(LSR) 점수 D21 7.1 vs 10.8 (p=0.0054)
— D14 얼굴 부위 삶의질(DLQI) 중등도 이상 악화 0% vs 56% (p=0.0081)
원문은 5-FU를 ‘prescribed topical 5% fluorouracil’로 적어 의약품임을 분명히 하고 있어요.
이 연구가 증명한 것은 이것입니다. 판테놀 밤이 처방 의약품의 피부 부작용을 보조적으로 줄여줬다.
증명하지 않은 것은 이것이고요. 판테놀 자체에 광선각화증 치료 효능이 있다.
DLQI가 중등도 이상 나빠진 사람이 **0% 대 56%**라는 건 실제로 큰 차이예요. 5-FU 국소치료는 치료 과정에서 피부가 상당히 붉어지고 헐 수 있는데, 그 기간을 견딜 만하게 만들어줬다는 뜻입니다. 이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결과입니다.
다만 치료를 한 것은 약이고, 밤은 그 곁에 있었습니다. 인용할 때 이 순서가 뒤집히면 문장 하나로 화장품이 의약품 자리에 올라가게 돼요.
그러면 판테놀 «자체»는? — 같은 vehicle과 비교한 시험이 따로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판테놀은 근거가 없구나」로 넘어가기 쉬운데, 그건 틀린 결론입니다.
화장품 성분은 원래 혼자 바를 수 없어요. 반드시 어떤 기제(vehicle) 안에 넣어야 합니다. 그래서 성분의 몫을 가르는 표준적인 방법은 「성분만 단독으로 바르기」가 아니라 **「그 성분을 넣은 제형 vs 성분만 뺀 동일 제형」**을 비교하는 거예요. 그렇게 설계된 인체시험이 판테놀에는 있습니다.
· PMID 10965426 (2000, Arzneimittel-Forschung) — 무작위·이중맹검·vehicle 대조. 덱스판테놀을 두 가지 친유성 기제에 넣어 7일 도포. 초록: 각질층 수분이 개선되고 경피수분손실이 감소했으며 두 지표 모두 vehicle 대조군과 통계적으로 달랐다고 서술
· PMID 14641355 (2004, Contact Dermatitis) — 건강한 성인 25명, 양쪽 팔 안쪽에 5% 덱스판테놀 제형 vs 위약을 1일 2회 26일간. 15~22일에 2% SLS로 자극을 준 자극 «방어» 설계
· PMID 21982351 (2011, J Cosmet Sci) — 판테놀 0.5% / 1.0% / 5.0%를 넣은 제형과 넣지 않은 동일 제형을 건강한 피험자 전완부에 15일·30일 도포해 수분·TEWL 비교
세 편 다 오래된 연구이고, 표본도 크지 않고, 요즘 제품 광고에 나오는 화려한 수치와는 결이 다릅니다. 그래도 이 설계들은 제품 임상 3건이 못 한 일을 합니다. 판테놀이 있고 없고의 차이를 같은 조건에서 비교하거든요.
그래서 이 글이 도착한 자리는 이렇습니다.
「판테놀에 근거가 없다」도 틀리고, 「이 제품 임상 수치가 곧 판테놀의 효과다」도 틀립니다.
성분 자체의 장벽·보습 효과를 지지하는 vehicle 대조 인체시험은 있습니다. 다만 요즘 광고에 붙는 큰 숫자는 대부분 판테놀 혼자가 아니라 완성 제형의 성적이에요. 두 문장을 붙여 읽으면 안 됩니다.
· 위 세 편은 PubMed 등재 초록까지 확인했습니다. 전문(full text)의 참가자별 수치·표·그림은 열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 글은 「vehicle 대조 설계로 이런 방향의 결과가 보고됐다」까지만 쓰고, 개별 수치는 옮기지 않습니다.
· 「기능성화장품 심사에 관한 규정」의 고시원료 별표와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의 배합한도는 여전히 열람에 실패했습니다(law.go.kr 별표가 JS 렌더링).
그래서 이 글은 그 항목들에 대해 어느 쪽으로도 말하지 않습니다. 없다고도, 있다고도 쓰지 않았어요.
4. 그럼 법은 화장품에게 어디까지 허락하는가
성분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국 이 질문에 닿습니다. ‘장벽 재생’이라는 말을 화장품이 써도 되나?
먼저 흔한 오해 하나를 걷어낼게요. 「기능성화장품 법정 목록에 없는 말은 화장품이 못 쓴다」는 것이 아닙니다. 장벽·보습에 관한 표현 자체가 곧 금지되는 건 아니에요. 규제의 축은 다른 데 있습니다.
「화장품법」 제13조(부당한 표시·광고 행위 등의 금지) 제1항
1. 의약품으로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
2. 기능성화장품이 아닌 화장품을 기능성화장품으로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거나 기능성화장품의 안전성·유효성에 관한 심사결과와 다른 내용의 표시 또는 광고
4. 그 밖에 사실과 다르게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가 잘못 인식하도록 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
법제처 국가법령정보 공동활용 오픈API로 받은 화장품법 전문에서 조문 원문을 직접 확인했습니다(제3호는 2025.1.31. 삭제).
「화장품법」 제14조(표시·광고 내용의 실증 등)
“① 영업자 및 판매자는 자기가 행한 표시·광고 중 사실과 관련한 사항에 대하여는 이를 실증할 수 있어야 한다.”
“③ …실증자료의 제출을 요청받은 영업자 또는 판매자는 요청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그 실증자료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④ …제출기간 내에 이를 제출하지 아니한 채 계속하여 표시·광고를 하는 때에는 실증자료를 제출할 때까지 그 표시·광고 행위의 중지를 명하여야 한다.”
같은 오픈API 조문 원문.
두 조문을 나란히 놓으면 선이 어디 그어져 있는지 보입니다. 금지되는 것은 「목록 밖의 단어」가 아니라 «오인»과 «근거 없음»입니다. 치료·재생 효과로 오인하게 하면 안 되고, 기능성이 아닌데 기능성처럼 보이게 해도 안 되고, 사실에 관한 효능 표현에는 실증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이 글의 관심사와 법의 관심사가 같은 곳에서 만납니다. 「복합제형에서 나온 숫자를 성분 하나의 효과인 것처럼 옮겨 적는 것」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실증의 문제예요. 제14조가 요구하는 것이 정확히 그 대조입니다.
5. 그래서 판테놀을 어떻게 읽으면 되나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확인된 것. 판테놀이 든 제형은 레이저 시술 직후 피부에서 14일째 TEWL·홍반·수분함량 세 지표를 대조군보다 유의하게 개선했고(60명 이중맹검 RCT), 건성증 성인에서 28일간 TEWL을 14.1% 낮추고 수분값을 74.1% 올렸으며(35명 split-leg RCT), 5% 판테놀 밤은 5-FU 국소치료의 국소피부반응과 삶의질 악화를 줄였습니다(58명 배정·50명 완료 RCT).
같이 확인된 것. 그 세 제형 중 판테놀 혼자였던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센텔라추출물·비사볼올이, 나이아신아마이드·디포타슘글리시리제이트가, 또는 여러 성분이 든 밤과 처방 의약품이 함께 있었어요. 첫 번째 연구는 저자들 스스로 마스크의 물리적 폐쇄 효과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적었고요.
그리고 따로 확인된 것. 판테놀 «자체»를 같은 vehicle과 비교한 인체시험은 따로 있습니다(2000·2004·2011). 오래됐고 규모도 작지만, 제품 임상이 못 한 「있고 없고」의 비교를 한 설계예요.
이게 판테놀을 깎아내리는 말은 아닙니다. 화장품은 원래 단일 성분으로 팔리지 않고, 복합제형으로 시험하는 건 실제 사용 조건에 가깝다는 장점도 있어요. 다만 결과를 성분 하나의 이름으로 옮겨 적는 순간, 시험되지 않은 문장이 만들어집니다.
제품 설명은 대개 성분 이름 하나로 쓰입니다. 그게 기억하기 쉽고 고르기 쉬우니까요. 그런데 임상은 제형으로 이뤄집니다. 이 둘의 단위가 다르다는 게 오늘 확인한 가장 큰 사실이에요.
그래서 성분표에서 판테놀을 봤을 때 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독해는 이겁니다. “장벽 축에서 자주 함께 쓰이는 성분이 들어 있구나”까지. 그 제품이 어떤 임상 수치를 낼지는 그 제품을 시험해야 알 수 있고, 위의 세 연구는 그 세 제형에 대한 기록입니다.
은결이 드릴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예요. 숫자는 그대로 옮겼고, 그 숫자가 어느 피부에서 어느 조합으로 나왔는지도 같이 적었습니다. 그 두 가지를 붙여서 읽어주시면 충분합니다. 🌿
이 글은 evidglow의 자체 조사·집계로 작성되었습니다. 출처: 판테놀(프로비타민 B5), 피부장벽에 정말 효과 있을까? — 제품 임상 3건은 복합제형, 성분 자체 근거는 따로 있습니다 — evidglow
